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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확장

공황장애 극복 후기

공황장애를 오랜 시간 겪다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정보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1. 공황장애는 왜 발생하는가?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발생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소한 불안/신체 반응 > 작은 불안/신체 반응 > 큰 불안/신체 반응 > 극심한 불안/신체 반응 > 공포감/발작​

사소한 불안이나 신체 반응에 놀라 더 큰 불안과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단시간에 반복되면서 불안을 넘어선 극심한 공포를 느끼거나 발작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 번이라도 죽음에 이르는 공포를 경험하게 되면 항상 '또 이런 증상이 나오는 것 아닌가'는 예기 불안에 시달리게 되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됩니다.

 

​2. 불안과 신체 반응은 왜 생기는가?

​불안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입니다. 과거 인류는 외부에 위협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서 불안을 느끼고 대비해야 했고 또한 위급 시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감각은 예민해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은 빠르고 거칠어져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체 능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감정 변화를 겪거나 몸이 아플 때 이러한 반응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3. 왜 일상생활 중 증상이 나타나는가?

사실 위 내용은 환자들은 당연히 알고 있을 내용이며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무런 위협이 없는 일생 생활 중 발생한다는 점 일 것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환자들은 항상 '예기 불안'이라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편안한 상황에서도 항상 '혹시'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과 긴장으로 정말 사소한 자극으로도 극심한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생명을 잃는 위협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불안 요소들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지위나 명예를 잃거나, 친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투자를 하다가 돈을 잃었거나 등 과거에는 물리적인 위협이 문제였다면 현대에는 정신적인 위협이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민하고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환자들이 일생생활 중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공황장애 극복의 핵심

공황장애는 '치료한다'가 아닌 '극복한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애초에 증상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들이며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단지 증상의 사이클에서 불안과 신체 반응이 나타냈을 때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인지하고 시간에 따라 강도가 작아진다면 일반인, 반응에 놀라 강도가 커진다면 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공황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불안과 신체 반응이 나타났을 때 이를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지하고 강도가 커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며 극복을 위해서는 꾸준한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5. 공황장애 극복하기 - 생각 돌리기 훈련

증상이 찾아왔을 때 왜 이러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감정과 본능에 이유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생각이 꼬리를 물어 증상이 커지는 악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찾아왔을 때 생각을 돌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생각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을 통해 생각의 방향을 바꿔주어야 하며 아래와 같은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먼저 증상이 나왔을 때 내 몸에서 빠져나와 나를 관찰한다는 느낌으로 '내가 불안하고 신체 반응들이 나오는구나'라고 단순히 인지하면 됩니다. 그다음 다른 것에 집중해서 생각을 돌려야 합니다.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에 집중하며 깊고 천천히 하되 항상 마시는 숨보다 내뱉는 숨을 더 길게 하면 됩니다.

 

상황이 된다면 공부, 일, 운동, 게임 등 무엇이든 좋으니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절대 증상이 시작된 상황에 머물러 있지 마세요. 생각 돌리기에 성공하고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안정화됐다면 반드시 증상이 왔지만 내가 생각했었던 비극적인 결말은 오지 않았고 통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복기하며 경험으로 쌓기 바랍니다.

 

6. 공황장애 극복하기 - 호흡 훈련

호흡은 생각 돌리기의 기본이며 불안감이나 심장박동과 다르게 증상 중 유일하게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황장애 극복에 매우 중요합니다. 공황장애의 증상인 감각이 예민해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리지는 것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며 반대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증상을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호흡을 길고 천천히 내뱉을 때 부교감신경의 활성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깊고 천천히 호흡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틈날 때마다 내쉬는 숨에 집중하며 길고 천천히 내뱉는 연습을 하기 바랍니다. 수 없이 반복하여 증상이 심할 때도 무의식 중에 들숨보다 날숨이 길게 호흡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여 증상이 나왔을 때 '무슨 일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며 이때 호흡을 더 빠르게 하면 '역시 무슨 일 있네 빨리 신체를 활성화시켜서 대비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증상은 더 커지게 되지만 증상이 있을 때 강제로 호흡을 깊고 느리게 하게 되면 '어? 내가 착각했네 호흡이 빨라지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 일도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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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공포감으로 바뀔 정도로 힘든 상황에도 이를 악물고 깊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딱 5분만 버텨본다면 반드시 증상이 잦아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만약 이 경험을 하게 된다면 처음 공황장애를 느꼈을 때의 공포감과 반대로 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공황장애 극복하기 - 직면 훈련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상들이 더 이상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친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증상들을 임의로 만들고 이를 극복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증상을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지함과 동시에 증상의 결말이 내가 생각하는 비극적인 결말이 아님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숨을 참아서 잠시 숨을 쉬지 못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크게 빠르게 호흡하여 과호흡 상황을 만든 후 안정하는 연습을 하거나, 빨대로 숨을 쉬어 숨쉬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후 안정하는 연습 등을 해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대표적인 증상을 임의로 일으키고 단계적으로 강도와 지속시간을 늘려가면서 증상과 친해지고 이를 극복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상들과 익숙해지며 내가 생각하는 비극적인 결말이 오지 않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8. 공황장애 극복하기 - 최악을 가정하라

이런 훈련들을 꾸준히 함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견디기 힘든 강도 높은 증상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을 수 도 있습니다. 이럴 때 최악을 가정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각오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하고 싶은 거 하지 못하고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증상이 왔을 때 발작에 이를 때까지 방치해보면 어떤가요? 죽음에 이르던가요? 아닙니다.

 

공황장애는 죽을 거 같을 뿐이지 죽지 않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내버려 두면 의외로 짧은 시간 안에 증상이 잦아드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비극적인 결말을 그리고 있더라도 그 결말이 절때 오지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면 더 이상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공황장애를 겪은 시간이 길수록 위의 훈련들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아직도 문득 찾아오는 증상들에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감에 휩싸이거나 발작까지 이르지 않는 이유는 꾸준한 직면 훈련을 통해 증상들이 결코 나를 해하기 위한 반응이 아님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복하는 과정은 절대 어제보다 오늘이 좋아지는 그래프를 그리지 않습니다. 많이 좋아진 거 같다가도 어느 날 끝없는 고통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년, 5년, 10년을 보면 반드시 우상향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다시 시작이 없기에 아직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남은 여러분의 인생을 두려움에 떨면서 보내기보단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반드시 증상을 극복하고 마음껏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겠습니다.